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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땅은 수많은 생명들의 땅 ... 개발에 파괴된 현실 아쉬워"

기사승인 2022.01.10  14: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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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순영 이사장의 "새들과 함께 한 30년의 여정" KBS환경스페셜에서 조명

30년 넘게 하루도 빠짐없이 카메라를 들고 새들의 모습을 기록하는 사람. 윤순영 (사)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은 오늘도 카메라를 챙겨 집을 나선다.

윤 이사장이 이렇듯 발품을 파는 이유는 사라져가는 수많은 새들을 한 마리라도 더 카메라를 통해 기록해 두기 위해서다.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돈이 되는 일도 아닌데도 김포의 들녘을 30년 넘게 누비고 다니는 윤 이사장의 열정과 아쉬움을 KBS가 <환경스페셜>에서 조명했다.

한강하구는 세계적인 철새도래지로 손꼽힌다. 한강하구는 북녘과 가까워 철책을 둘러싸여 있는 탓에 사람들의 접근이 차단돼 있고, 민물과 바닷물이 교차하는 까닭에 갯벌과 먹잇감이 풍부해 수많은 철새들이 찾아와 겨울을 보내고 살을 찌운 뒤 봄이 오면 다시 고향으로 돌아간다. 

이런 한강과 가까운 김포 일대 평야에는 추수 끝난 뒤 떨어진 낟알들로 먹이가 풍부해 예로부터 수많은 철새들의 서식지로 유명했다.

한강하구 김포평야 일대는 매년 수천 킬로미터에서 길게는 수만 킬로미터를 날아와 새끼를 번식하고 영양분을 보충하기도 하는 생명의 정거장이다.

윤 이사장은 철새가 오는 계절이 돌아오면 귀한 손님들을 맞으러 채비를 꾸린다.

윤 이사장의 카메라에는 비둘기조롱이, 황조롱이 등 맹금류와 겨울의 진객인 재두루미와 큰기러기 등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긴다.

윤 이사장은 이들 새의 모습을 관찰하고 카메라에 담는 외에 기록하고 보급하는 작업도 꾸준히 하고 있다.

겨울이면 2만 킬로미터의 장거리여행을 통해 김포에 찾아오는 비둘기조롱이. 작지만 대표적인 사냥꾼인 비둘기조롱이의 잠자리 사냥 모습과 정지비행을 통해 먹잇감을 노리는 황조롱이의 강렬한 눈빛도 윤 이사장의 카메라는 놓치지 않는다.  

윤 이사장은 큰기러기를 가을의 전령이라고 표현한다. 

윤 이사장의 블로그 <자연의 벗>에는 큰기러기에 대해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으로 지정돼 있는 큰기러기는 외롭고 쓸쓸한 가을을 알리는 철새로 우리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지만, 풍요를 채워 주는 가을맞이 전령사 구실을 한다. 큰기러기는 철새들의 중간 기착지인 한강하구를 찾는 겨울철새 중 가장 먼저 찾아오는 종으로 한번 짝을 맺으면 영원히 다른 짝을 찾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달 위에 떠가는 새로 ‘삭금(朔禽)’이라고 불리고, 가을 새라는 의미로 ‘추금(秋禽)’이라고도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윤 이사장이 애정을 가지고 열과 성을 다하는 새는 재두루미다.

윤 이사장은 재두루미에 대해 "해마다 월동했던 농경지를 정확하게 찾아와 지정석으로 먹이터로 이용하는 새"라며 "처음 찾은 곳을 죽을 때까지 잊지 않는 귀소본능이 있는 새이기에 농지매립, 도로건설 등으로 훼손이 심각해진 곳에도 여전히 재두루미가 찾아온다"고 말한다.

<환경스페셜>에서는 재두루미의 애정으로 러시아까지 방문한 윤 이사장의 활약도 소개한다. 윤 이사장의 러시아행은 김포와 철원 등지에서 겨울을 나는 재두루미의 산란과 성장의 모습이 궁금했기 때문이다. 

또한 그는 2001년부터 2003년까지 KBS 환경스페셜 다큐팀과 함께 동아시아 재두루미의 이동 루트를 밝혀낸 바 있다.

재두루미의 서식지와 서식환경, 새끼의 탄생과 단 몇시간만에 성장해 걷고, 먹이를 먹는 진귀한 광경까지. ​무려 3년에 걸쳐 일본과 러시아를 오가며 최초로 밝혀냈다고 한다.

하지만 윤 이사장은 요즘 마음이 불편하다. 지난 30년 동안 늘 봐왔던 재두루미가 요즘은 개체수가 현저히 줄었기 때문이다. 

김포시 시암리 습지는 70년대 까지도 2000마리 이상의 재두루미가 도래하는 우리나라 최대의 재두루미 월동지였다.

윤 이사장은 "한강하구는 재두루미의 명맥이 이어지는 곳이다. 1992년 7마리를 발견하고 먹이주기를 시작하여 2003년에는 120마리로 꾸준히 늘기 시작하였으나 그 이후 김포우회도로가 홍도평을 가로질러 개설되면서 취식지는 반 토막으로 나누어지면서 급격한 변화가 시작되었다. 주변 농경지는 매립과 불법 건축물 등이 들어서면서 재두루미의 숫자가 서서히 줄기 시작했다"고 안타까워 했다.

현재 전세계에 남아있는 재두루미의 수는 어림잡아 2-3천 마리. 우리나라의 경우 80년대만 해도 매년 2-3천 마리가 날아들었지만 2003년에는 120마리, 그리고 작년에는 32마리 밖에 찾아오지 않을 정도로 급감했다.

윤 이사장은 "현재 60여 마리의 재두루미가 김포평야와 부천시 대장동 평야를 오가며 월동을 한다. 그러나 농경지 감소와 개발로 재두루미의 미래는 불투명하다. 살얼음판을 걷는 힘겨운 겨울나기 재두루미는 개발로 인한 방해요인이로 이리저리 피해 다니며 눈칫밥을 먹고 있는 실정"이라고 개탄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귀소본능이 강한 재두루미가 먼 길을 되돌아왔지만 하늘에서 내릴 마땅한 장소가 사라져버린 때문이다. 김포의 홍도평야는 점차 개발로 사라지고 있으며 부천과 인천 경계에 있는 대장동평야 역시 개발계획이 발표됐다.

<환경스페셜>은 마지막 부분에서 추수가 끝나 휑한 들녘에 커다란 곡물 포대를 들고 나타난 윤순영 이사장을 소개하고 있다.

김포에 찾아오는 철새들을 위해 종종 먹이를 주기 위한 윤 이사장의 모습이다.

윤 이사장은 "한 마리라도 더 잘 먹고 지내다 갔으면 좋겠다. 이곳에서 잘 지내다 떠나서 후년에도 또 이곳을 찾아 주기를 바란다"며 "김포를 찾아주는 고마운 철새들에게 한 끼라도 더 대접하고, 좋은 기억을 가지고 내년, 후년에도 지속적으로 이곳을 찾아주길, 이곳의 자연이 유지될 수 있도록 다시 한 번 날아와 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낟알을 뿌린다"고 말했다.

윤 이사장은 "이제라도 보호하려는 노력을 한다면 지킬 수 있겠지만 김포의 난개발로 인해 재두루미는 점점 벼랑 끝으로 몰리고 있다. 재두루미는 귀소본능이 강해 처음  찾았던 곳을 죽을 때까지 찾아오는  습성이 있다. 우리들의 보호 노력이 있다면 재두루미는 약속의 땅을 끊임없이 찾아올 것"이라고 희망을 말했다.

<환경스페셜>은 이러한 윤 이사장의 모습에 더해 "사람들은 더러 ‘그깟 새 몇 마리가 뭔 대수냐’고 말한다. 새 때문에 개발을 망설인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는 항변이다. 하지만 이 땅은 오래전부터 인간만의 땅이 아닌 수많은 생명들의 땅이었다는 것이 윤순영 씨의 주장. 때문에 순영 씨는 요즘도 얼마 남지 않는 들녘을 찾아 먹잇감을 뿌리고 또 뿌린다. 한 마리의 큰기러기, 두루미라도 더 오게 하려는 간절한 희망 때문이다"라고 끝을 맺었다.

김종훈 기자 gbsiu@naver.com

<저작권자 © 김포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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